2015년 9월 8일 경인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장애인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나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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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누각(空中樓閣)! ‘누각’이란 휴식을 취하거나 놀이를 하기 위해 산이나 언덕·물가 등에 지은 단아하고 조그마한 다락집이다. 이러한 ‘누각’을 보면 고풍스러우면서 여유롭고 품위도 있어서 누구나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올라가서 앉아보고 누워보고 쉬게 된다. 그러나 이런 누각이 공중에 떠 있다면 어떠한 느낌일까?
하루하루를 불편한 몸으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쉼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휴가를 통해 해소하려는 비장애인과도 같을 것이다.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대구·부산 등 주요 광역시에도 지하철 이용이 가능해졌고, 열차이용 역시 KTX에서 무궁화호까지 휠체어 탑승이 가능토록 했으며, 지자체마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고 있어서 장애인도 관광을 하는데 조금씩 편해져 가고 있다. 국공립공원이나 문화유적지 같은 곳에서는 입장료 할인 혹은 면제 혜택까지 준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서 결국 장애인에게 여행과 관광은 ‘공중누각’과 같은 경우가 너무도 허다하다. 아직도 장애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날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이 없이는 선뜻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거나 갔다가도 헛걸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 연구실 조교인 박사과정 학생 제자는 중증 지체 1급 장애인이다. 얼마 전 이 제자가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가족과 서울 근교 동굴을 찾았다고 한다. 휠체어로 접근과 이동이 가능한 나들이 장소를 찾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동굴테마파크 내 관광열차를 운행한다는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래도 동굴이기에 행여나 휠체어가 입장하는 데 무리가 없을까 싶어 담당하는 사무소에 전화해 문의했으나 ARS로 돌아가는 응답에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한 채, 그래도 혹시나 하고 찾아갔다가 무더위에 역시나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단다.
2012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한 ‘전국관광지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부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점수는 70~100점 정도로 높은 점수를 얻은 반면, 매표소나 안내판과 같은 안내시설은 30~60점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연구들을 통해서도 장애인의 관광제약으로 관광활동에 필요한 정보부족이 꼽혔다.
장애인이 마음껏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편의시설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은 물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지원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음성지원 안내 등의 서비스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연자원(산·바다·동굴 등)을 관광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나 휠체어 리프트의 설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관광지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에서는 정확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무장애여행이 가능한 전국 관광지와 숙박업,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앞에서 언급했던 내 제자의 경험에서도 여실히 나타난 바와 같이 각 관광지에서 홈페이지를 비롯해 전화문의를 통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국가와 각 지자체, 그리고 관광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장애인들이 가고 싶은 곳을 관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이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이면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누구나 다 여행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단체의 도움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던 장애인의 여행과 여가가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로이 장애인 스스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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