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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넓히기

15-10-09 17:47

경인일보 칼럼 7 "분노와 삶의 여백"

CISM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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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월 3일 경인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분노 사회와 삶의 여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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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이 안돼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한국사회가 들끓고 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일들이 잊어버릴 만하면 계속 터지고 있다. 군대 내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총기 난사가 바로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에서도 연이어 발생하고 말았다. 형과 불화를 겪다 총기를 난사한 70대와 옛 동거녀 가족을 총기로 살해한 50대 남성을 접하면서 더 이상은 이래선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사실 최근 2~3년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범죄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던져서 큰 화상을 입힌 가장이 경찰에 구속된 사건, 층간 소음으로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서 몸싸움 끝에 칼부림을 했던 사례, 연인이 이별 통보를 했다고 찾아가서 몸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강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것을 줄줄이 열거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 아동을 돌보는 어린이집에서부터 학교와 군대, 나아가 삶의 터전인 동네에서 조차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범죄가 폭력과 구타 등의 모습으로 버젓이 자행되었다.

 

이제 한국사회는 분노조절 기능이 마비된 이른바 분노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기껏 총기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다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 것은 왜 그럴까? ‘어린이집에서부터 사회의 요소요소에 ‘CCTV’를 설치하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한국사회가 총체적으로 분노를 조절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는 사회 전반에서 표출되고 있는 분노를 완화시키는 완충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분노는 돌고 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분노가 저절로 치유되진 않는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지관, 여러 형태의 상담센터 등과 같은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회적 자원들을 국민들이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당사자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으며 동시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 치유되어 갈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 사회가 어서 속히 삶의 여백이 있는 사회로 탈바꿈되어 가야 한다. 고도 압축성장을 경험하며 끊임없이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해 왔지만 정작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전혀 없었던 사회가 한국사회인 것이다. 그저 소처럼 일만 하는 것을 행복의 조건으로 알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래서 우리는 늘 성과만을 생각하며 산출해 내야 할 성과물을 요구받는 존재로 살아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삶을 즐기는 시간, 사랑하는 시간, 향유하는 시간, 창조하는 시간, 공유하는 시간이라곤 거의 없다. 밤새워 공부하고, 죽도록 일만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로 돈이라도 많이 벌고 그로 인해 잘 먹고 잘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빈부격차, 청년실업과 노년의 팍팍한 삶의 현실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삶의 여백은 사라지고, 메마른 생존 경쟁에서 사람 사는 정겨운 모습도 상실되어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무엇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국가는 국민을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지도자와 정부 관료들의 뼈저리며 눈물 어린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경제만 살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국민들을 신명나게 하며 무엇으로 국민을 기뻐 뛰며 춤추게 할 것인지를 가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라 살림이 어려우면 진정으로 소통하되, 삶의 여백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국민과 함께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이 전부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946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