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칼럼 [아침을 열면서]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지방선거와 복지정책 공약"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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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4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요 며칠 새에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폭증했었다. 깨알같이 후보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빽빽했다. 보낸 사람의 수고를 생각해서 보내오는 메시지마다 꼼꼼히 읽어보았다. 제법 시간이 걸렸다.
내가 사는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그 길지 않은 거리에 플래카드가 수십 개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形形色色)의 벽보들도 보인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공약들로 희망이 넘실거린다. 문자메시지며 플래카드며 벽보며 홍보되는 거의 대부분의 공약들이 지역주민들의 복지와 관련되어 있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때에 본격화된 복지공약의 경쟁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지방선거 특성상 주민생활과 직결된 복지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눈앞의 당선을 위해 과도하게 내세운 공약들은 없을지 고민이 된다. 과거 수많은 정치인들이 저마다 당선되기 위해서 복지제도를 활용하였을 뿐 사회복지를 제도화시키는 데에는 인색했으며 그나마 공약으로 내건 복지정책들을 지키는 일에도 소홀했었기 때문이다.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사회복지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에는 잘해야 시혜적 자선 정도로만 여겨졌던 복지가 이제는 주민생활에 직결된 정책과제가 되었다. 복지는 지방정부의 정책과 정치의 핵심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상당수의 후보들은 여전히 무언가 도와주겠다는 퍼주기 식의 저급한 복지정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사회복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고 복지정책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운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각 후보들이 내세운 복지공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전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시군구 및 광역도의원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서 나름의 성과를 내었던 복지정책들을 계승하거나 보완하여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복지공약들마다 마치 뭔가 새로운 것인 양 포장되어 있거나 파격적이며 참신한 문구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솔직해보자. 이미 시행하고 있는 복지정책들도 그 가짓수와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또 새로운 복지정책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그 모든 복지정책들을 도대체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만 해도 거의 300여 가지가 넘는다. 지방정부에 위탁되어 시행되는 사업도 대략 200여 가지나 된다.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슨 돈으로, 어떤 전달체계에 의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범위와 수준에서 복지정책을 펴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미 잘 하고 있거나 크게 성과가 난 복지정책들을 보다 더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은 왜 제시하지 못하는가? 지나간 지방정부의 성과는 무조건 배제하고 보는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좋은 복지정책과 제도들을 여든 야든 모두 다 이어받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금만 더 잘하게끔 노력해도 그 모든 성과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온다. 그게 진정한 정치 아닌가? 이를테면 경기도의 ‘무한돌봄센터’ 사업은 정말 훌륭한 복지정책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내세울 만한 복지정책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약 하나쯤은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무한돌봄 행복 플러스 센터> 사업을 하겠습니다!”
진정한 지역복지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를 복지친화적인 환경으로 다함께 노력하여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발전해가야 한다.
당연히 복지정책 공약은 표를 위해 던지는 선심성 미끼가 아니라 어떤 삶, 어떤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인들의 철학과 비전이 표현되는 정치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