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8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칼럼 [아침을 열면서]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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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과 슬픔이 컸다. 전 국민이 집단적 우울감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기자, 자원봉사자, 공무원, 경찰,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전 국민 모두가 일종의 죄책감과 황망함 그리고 답답하고 서글픈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성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수습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낸 유족들과 살아남은 어린 학생들이 짊어지게 될 고통과 아픔을 어떻게 우리 사회가 보듬어 안아야 할지를 본격적으로 걱정하며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도와야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미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사고 희생자 가족들을 상대로 한 심리치료 상담사들이 배치됐고,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3년 동안 안산에 ‘심리 외상지원센터’를 한시적으로 설치해 피해자와 유가족, 지역주민의 심리적 외상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과연 국민에게 어떤 존재이며 도대체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 주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안겨 주었다. 즉 국가가 과연 국민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그러므로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정확히 밝혀 단호한 법 집행을 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사건 수습보다는 선거에 관심이 있는 듯한 정치인들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여야 구분하지 말고 초당적으로 침착하고 실질적인 지원과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화와 입법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뉴욕 시장인 루디 줄리아니는 테러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했으며 이념과 정파를 떠나 뉴욕 시민들이 정상화된 삶으로 복귀하도록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하였다. 뉴욕 주지사 조지 파타키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공공안전 부서를 만들어 테러 예방과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모든 공직자들이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운영의 모습을 향해 철저히 낮아져야 한다.
잘못된 제도는 혁신해야 한다. 무능하고 타락한 공무원들과 실무자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점검하는 사회적 안전 감시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어린 아들과 딸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보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구사일생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살아있음에 대해 죄의식을 갖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모든 국민이 지속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울음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죽을 때는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숨을 거둔다. 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울고 싶을 때는 맘껏 울어야 한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슬픔과 분노, 고통과 좌절, 불안과 공포 등과 같은 심리적 외상들이 치유되게끔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국민의 관심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있는 사회복지기관들과 심리치료 및 상담기관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개입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회와 성당, 사찰 등과 같은 종교기관들도 종교 간의 경쟁을 넘어 희생자와 유가족, 지역주민들을 영적으로 위로하고 힘을 주어야 한다. 이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그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출처 :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759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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