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칼럼 [아침을 열면서]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 ‘한국수어법’은 꼭 제정되어야 한다"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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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은 음성언어인 한국어를 대신하여 수화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인들에게는 감격스런 날이다.
바로 ‘한국수어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지금까지 수화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단죄되거나 폄하되어 온 대표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이름도 ‘수어’가 아닌 ‘수화’로 명명되어 왔다.
수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아직도 우리나라는 농인을 재활과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려 한다. 그래서 농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당연히 언어적 재활과 치료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각적인 정보수용이나 농인의 특성에 적합한 정보제공 등은 외면 받고, 그 결과 한국수어 사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인들 자신은 수어에 의한 완벽한 언어 기능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이 수어를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농인들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다.
문제는 농인들이 수어를 사용하는 것을 무능한 것으로 치부하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교육, 취업, 정보접근, 문화향유, 지역사회 참여 등 전 영역에서 농인들을 소외시키고 차별하는 ‘사회 인식 및 제도’와 ‘교육 및 문화 환경’ 등에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수어법’ 제정은 향후 농인 복지와 교육이 바로 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어가 언어로서 공식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수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정보통신 관련법’ 등 농인에 차별적인 제도들에 대한 개정 운동이 뒤따라 일어나고 그 다음 사회적 서비스들의 개선이 본격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음성언어가 주류인 우리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장애로 인해 다양한 정보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농인들에게 수어통역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이 보다 더 법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정말 수어는 언어인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국수어법’ 제정을 향한 확고한 명분이 생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대답이지만 또 한 번 강조하면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다른 독자 체계를 지니는 언어가 맞다! 한국수어에는 분명한 음운구조가 있다.
극히 제한된 요소와 그 조합이라고 하는 구조를 그 언어의 ‘음운구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어를 ‘모양 짓는 요소’가 소리는 아니지만 구조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동일함으로 “수어에도 음운구조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수어에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문법이 있다. 문장을 만들 때의 구조를 문법이라고 하는데, 한국수어에도 문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한국수어가 언어라는 논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국가는 언어인 수어를 공식적ㆍ제도적ㆍ사회문화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 시작이 ‘한국수어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청각장애학교 15곳의 교사 391명 가운데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교원은 24명으로 6.1%에 불과했다. 더 이상 수화를 못하는 교사들이 농인들을 가르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국내 청각장애인이 28여만 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176곳의 수화통역센터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농인들을 상담하거나 심리치료를 할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수어 사용 ‘가능 여부’부터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농인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어통역을 권리적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농인들이 더 이상 사회적 취약계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제발 간절히 바란다. 법안 제출로 끝나지 않고, 한국수어법이 현실에서 강력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 출처 :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71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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