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소 소개
  • CISM돋보기
  • 연구소 사업소개
  • 연구소 소식
  • 지식광장
  • 커뮤니티

생각넓히기

15-10-09 17:32

경기일보 칼럼 1 "사회복지를 정치 도구로 삼지 말아야"

CISMKOREA
댓글 0

2013년 9월 30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칼럼 [아침을 열면서]에 실린

이준우 교수님의 칼럼 "사회복지를 정치 도구로 삼지 말아야"를 소개합니다.

 

...................................................................................................................

 

지난 26일 정부는 고심 끝에 기초연금에 대한 정책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계층 하위 70%에 한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최저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방안이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공약보다 대상과 지급액 규모가 대폭 후퇴된 것이다. 주요 복지정책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취임 7개월이 지난 지금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공약의 후퇴에 이어 기초연금까지 사실상 후퇴된 모양새다.

 

당연히 기존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국민의 실망감이 크게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기초연금 축소 결정을 비롯한 여타 복지관련 공약에 대한 논란이 단지 과중한 국가재정 부담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입장만 부각되는 것은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만일 재정만 가능했다면 공약은 지켜졌을 것이며 작금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야말로 정말 경계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비롯하여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치료, 고교 무상교육, 대학 반값등록금 등과 같은 복지관련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정치 만능주의에서 출발했다는 데에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사회복지를 표심을 움직이는 도구로 마구 사용해왔다.

 

이번 기초연금으로 인한 상황을 정치권에서는 겸손하게 바라보며 자성해야 한다. 더 이상 사회복지를 정치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가 사회복지를 다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겸손하게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국민에게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른 정치이다. 이제 국민도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혜택에 현혹되지 않고, 대책 없이 제안하는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면밀히 검토하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갈등과 대치의 국면에서 벗어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깊게 고민하면서 복지 정책만큼은 함께 수립하고 실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간 경쟁적으로 빚을 내서라도 우선은 국민의 마음을 가져오는 데에만 급급했던 여야 모두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과거 눈에 드러나 보이는 정책을 따라갔던 습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효율성과 효과성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국민 개개인과 국가적 차원 모두를 아우르는 성숙한 사회복지 정책 개발과 수립, 실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숙고하며 국민의 행복을 위해 복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정부-여-야-민간전문가’ 통합 TFT를 거국적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지 않겠나 싶다. 국회가 싸움의 현장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소통의 한 마당이 되어야 한다.

 

자신과 정파의 이익을 따질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미래의 소망을 줄 수 있는 길은 말이 아니라 정치권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가슴 속에 들어오기 위해 실제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그렇게만 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권의 권위는 국민이 세워줄 것이다. 비로소 국민은 정치권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8930